[정책논쟁] '확장적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커져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편집부 | 기사입력 2020/01/22 [11:45]

[정책논쟁] '확장적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커져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편집부 | 입력 : 2020/01/22 [11:45]

동아시아재단은 22일 발행한 정책논쟁 제131호에 '확장적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김윤경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과 확대에 동의하나 재정건전성의 점검과 재정운용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단기의 소비성 지출에 치우쳐 있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이 낮다. 또한 정치적 인기영합주의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재량적 재정지출을 통제하는 재정준칙 수립이 시급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휴먼뉴스는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과 경제의 생산성에 대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논문을 전재한다<편집자주> 

 

'확장적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 

 

글/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 김윤경(박사.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Columbia University에서 응용경제학을 전공으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한국경제 연구원에서 재직하고 있으며 경영분석팀장을 거쳐 현재 기업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학술     ©출처 동아시아재단

2020년 예산안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으나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발생하고 심사회의록마저 남기지 않아 투명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고 대내외 불안요인이 확대되는 가운데 재정확대의 필요성이 커졌고 IMF 역시 이를 권고하기도 했다.

 

반면에 재정의존도가 증가하면서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비율 역시 상승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 일자리와 현금성지원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재정정책의 낮은 실효성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재정확대를 발표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관련 논쟁이 점차 심화될 것이므로 보다 나은 재정정책을 위해 정책 방향에 대한 합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올해 예산은 정부 제출안인 513조 4580억원에서 1조 2075억원 순삭감된 512조 2505억원으로 책정되었으나 사상 최초로 500조를 상회하는 슈퍼 예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한 대응책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하다. 전년도 본예산 대비 9.1% 증가하며 2년 연속 9%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세출예산의 71%인 305조원을 상반기에 배정하면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다시금 강조하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확장재정 기조는 올해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에는 604 조원에 이를 것으로 발표되었다.
IMF는 2019년 10월 한국경제가 2.0%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전년도 10월의 전망치보다 0.6%p 하향 조정된 수치이다. 세계 경제 역시 미·중 무역갈등으로 교역량이 감소하며 금융위기 최저치인 3.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나 한국경제의 상황은 보다 더 엄중하다. 수출 감소 외에도 민간의 소비 및 투자가 크게 약화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은 확실시되고 있으며 2%대 성장조차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954년 이후 2% 미만의 성장은 네 번에 불과하고 모두 경제위기 상황이었다는 것을 상기할 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또 다른 재정의 중요한 과제인 사회적 형평성과 위험관리 역시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래보다는 현재의 소비성 재정지출에 집중되고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을 둘러싼 최근 논의는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긴축재정과의 대립이기 보다는 재정건전성과 재정운용방식에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 쟁점은 재정건전성이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낮은 국가채무비율은 충분한 재정여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을 집행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곳간에 있는 작물에 재정을 비유하면서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린다며 확장적 재정정책기조를 표명하기도 하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는 680조 2 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8%를 나타냈다. OECD 국가의 평균 109.2%는 물론 주요 선진국인 미국 107%, 국 112%, 프랑스 123%, 일본 224%과 비교한다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채무의 증가속도와 고령화 진행속도를 고려한다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국회예정처는 2000~2017년의 국가채무 증가율은 OECD 32개국 중 4위이며 특히 고령사회 진입 당시의 국가채무비율을 비교한다면 프랑스나 독일에 비해 높거나 비슷하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국제비교 결과에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비리공공기관과 비금융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한다면 60%, 연금충당부채까지 포함한다면 100%에 달한다. 당장의 재정건전성이 미래의 재정건전성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최근의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이유는 3년 동안 60조원을 상회하는 초과 세수에 기인한다. 당장 5년 만에 처음으로 2019년에 실제 걷은 세금이 정부가 계획한 세입예산 보다 적은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확장재정으로 국가채무는 805조 2천억원으로 60조원의 적자국채까지 발행될 예정이다.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상승하고 이후 2021년 40%를 넘어선 이후 2023년에는 46.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 재정건전성에 대해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적극적인 재정에 대한 우려는 3년 연속 정부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의 2배를 넘어서는 규모뿐만 아니라 재정운용의 내용과 방법에도 있다. 정부는 재정지출은 미래세대에 대한 적극적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단기의 정책목표를 위한 소비성 지출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의 기조 아래 급증한 일자리 예산과 복지지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 보건·복지·고용분야 예산은 180조 5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증가분의 45.7%를 차지하면서 투자 활성화보다는 국가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를 추진하다. 고용률과 실업률의 개선은 가져왔지만 사실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질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가 20개월 연속 감소하고 경제의 중추인 3,40대 취업자 동반 감소는 25 개월 연속으로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60대 이상 취업자는 급증하는데 정부 주도의 단기 일자리에 집중되어 실질적 고용지표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2020년에도 2조 8600억 원의 정부 직접 일자리사업 예산이 책정되면서 2017년 대비 80% 이상 증액되었다. 이 중에 노인 일자리 사업은 13만명 증가한 74만 명을 대상으로 최초로 1조원이 넘게 되었다. 이에 비해 이공계 전문인력 예산은 감소하고 능력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사업은 찾기 어렵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만 관련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단순히 규모 확대 보다는 정책방향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대상 복지 사업의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의 현금지원 사업은 전년대비 10% 증가해 사상 최초로 50조원을 넘는 54조원, 특정재화나 바우처를 제공하는 예산까지 포함한다면 현금성지원 사업은 63조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정부, 부처간, 부처내 중복되는 현금성지원 사업은 23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재정 지출이 정치적 압력이나 인기합주의에 전도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국회 심사를 거치며 오히려 예산이 23조 2천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17.6%의 증가율을 보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역시 정치적 압력 사례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이라고 말하지만 지역민원성 또는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총선을 앞둔 지역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반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하며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사업들도 다수 포함되었다. 한 번 시작된 복지정책과 SOC사업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은 자명하다.


재정의 투입이 나라 경제의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없는 사례는 무분별한 복지정책의 실패를 나타낸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만이 아니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 역시 대표적이다. 일본은 1990 년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하다. 1000조원 이상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대량의 현금 및 상품권 지급 등을 시행하으나 경기부양에 실패하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재정지출 증가가 GDP에 미치는 향을 나타내는 재정승수가 당시 2.5에서 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기나긴 장기침체와 현재까지 200%를 크게 뛰어넘는 국가채무비율만이 남았다. 한국의 재정승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0.4~0.6으로 추정된다. 국회예정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재정이 국내에서만 사용되지 않는데다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급여 확대로 인해 노동 인센티브가 하락해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켜 재정의 효과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과거와 같은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라 경제의 성과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는 어느 정부에게든 유혹적인 선택지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대표시절 2016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비판하며 마지노선인 국가채무비율이 40%가 넘는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라고 발언했다. 비단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정치적 입장 차이가 재정정책 기조에 반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매년 소모적인 논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권에 관계없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규율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OECD 회원국 중 30개 국가는 재정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의 한도를 설정하여 재량적 재정지출을 통제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PAYGO 원칙을 법제화하여 재정지출 증가와 세입 감소가 예상되는 법안들은 재원조달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재정만능주의 보다 재정준칙 수립해야

재정지출에 대한 논의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측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재정지출은 수입 없이 지속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 주장을 IMF의 권고안이 뒷받침해 왔다. 실제로 IMF는 경기부양을 위해 단기적 재정 지출 확대를 강조한 동시에 2019년 들어 처음으로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지적과 함께 재정수입도 동시에 증가시켜야 한다고 덧붙다. 과감한 재정투입에 앞서 과감한 지출구조조정과 세원인 조세정책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비효율적인 중복과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도 각 기관 사이의 균형과 견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통과 협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최적의 정책조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만이 아니라 통화정책 역시 면한 검토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갈등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복지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이 없이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그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일본식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그 원인인 구조적 문제 해결 대신 대증적이고 손쉬운 과다한 재정 투입에 대한 교훈도 실제적으로 반되길 기대한다.

 

*동아시아재단은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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